건축 실무 가이드

EPC와 Design-Build 차이, 계약 책임 범위부터 다릅니다

InvestingMon 2026. 8. 13. 09:03

EPC와 Design-Build의 계약 범위와 리스크 배분 차이를 비교한 건설 실무 썸네일

EPC와 Design-Build, 같은 개념이 아닙니다

해외 플랜트나 대형 공장 프로젝트를 검토하다 보면 컨설턴트나 시공사로부터 EPC와 Design-Build라는 말을 자주 듣게 돼요. 둘 다 설계와 시공을 한 회사가 맡는다는 점은 비슷해서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계약을 체결하는 단계에서 두 방식은 책임 범위와 가격 구조, 리스크를 지는 주체가 분명히 다릅니다. 이 차이를 모른 채 계약서에 서명하면, 설계변경이나 공사비 증액 상황이 생겼을 때 누가 책임을 지는지를 두고 예상치 못한 다툼이 생길 수 있어요. 이번 글에서는 EPC와 Design-Build의 차이를 계약 책임 범위 중심으로 정리해드릴게요.

 

EPC는 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의 줄임말로, 설계(엔지니어링), 자재·기자재 조달(구매), 시공까지 하나의 계약자가 전체를 책임지는 방식이에요. 플랜트, 발전소, 인프라처럼 규모가 크고 기술적으로 복잡한 프로젝트, 특히 해외 프로젝트에서 많이 쓰입니다. EPC 계약자는 완공 시점에 정해진 성능 기준을 충족하는 시설을 넘겨주는 턴키 방식으로 계약하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 총액 확정 방식(Lump Sum)으로 가격이 정해져요.

 

Design-Build는 설계와 시공을 하나의 계약자가 맡는다는 큰 틀에서는 EPC와 비슷하지만, 자재 조달 책임까지 명시적으로 계약 범위에 포함하지는 않는 경우가 많아요. 국내 공장이나 사옥 건축에서 흔히 쓰이는 설계시공일괄방식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설계와 시공 주체를 일원화해서 공기를 단축하고 책임 소재를 단순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입니다.

PC 방식으로 진행되는 해외 플랜트 건설 현장

EPC와 Design-Build, 책임 범위와 가격 방식이 다릅니다

두 방식의 가장 큰 차이는 결국 책임 범위와 리스크 배분에 있습니다. EPC 계약에서는 설계 오류든 자재 수급 지연이든 시공 하자든, 원칙적으로 EPC 계약자가 모든 리스크를 떠안는 구조예요. 발주자는 완공된 결과물이 계약된 성능 기준을 충족하는지만 확인하면 되는 대신, 중간에 설계를 바꾸고 싶어도 변경 요청 자체가 클레임과 추가 비용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Design-Build는 상대적으로 발주자가 설계 과정에 개입할 여지가 더 크지만, 그만큼 설계 변경에 따른 책임과 비용을 발주자와 계약자가 나눠 지는 구조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요.

 

가격 방식에서도 차이가 나타납니다. EPC는 대부분 총액 확정 방식으로 계약해서 발주자 입장에서는 예산을 초과할 위험이 낮은 대신, 계약자가 리스크를 반영해 금액을 높게 책정하는 경향이 있어요. Design-Build는 총액 확정 방식과 실비정산 방식이 함께 쓰이는데, 실비정산 방식을 선택하면 초기 계약 금액은 낮아 보여도 공사가 진행되면서 실제 비용이 늘어날 가능성을 발주자가 함께 부담하게 됩니다.

 

적용되는 프로젝트 성격도 다릅니다. EPC는 플랜트, 발전, 인프라처럼 기술적 난이도가 높고 해외에서 발주되는 경우가 많은 반면, Design-Build는 국내 공장, 사옥, 물류센터처럼 상대적으로 표준화된 건축 프로젝트에서 더 널리 쓰여요. 다만 최근에는 국내 대형 공장 프로젝트에서도 발주자가 EPC 방식으로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 두 개념의 경계가 예전만큼 뚜렷하지는 않습니다.

 

해외 프로젝트에서는 EPC 계약에 국제 표준 계약조건인 FIDIC(피딕) 양식을 기반으로 특수조건을 추가하는 경우가 많아요. 성능보증, 지체상금 상한, 불가항력 조항 같은 핵심 조건이 표준화돼 있어서 국가 간 계약이라도 해석의 차이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표준 양식을 그대로 쓰기보다는 프로젝트 특성에 맞게 특수조건을 얼마나 정교하게 다듬느냐가 실제 리스크 배분에 큰 영향을 줘요.

 

발주자가 EPC와 Design-Build 중 하나를 선택할 때는 몇 가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해요. 먼저 계약 범위에 자재 조달까지 포함되는지, 성능보증 조건이 어떻게 설정돼 있는지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가격 방식이 총액 확정인지 실비정산인지에 따라 발주자가 부담하는 리스크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이 부분도 계약 초기에 명확히 정해야 해요. 설계변경이 발생했을 때의 절차와 비용 산정 기준, 지체상금과 하자담보책임의 범위도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반영해야 합니다.

구분 EPC Design-Build
계약 범위 설계+조달+시공 전체 주로 설계+시공
가격 방식 총액 확정(Lump Sum) 중심 총액 확정 + 실비정산 혼용
성능보증 턴키 성능보증 강함 상대적으로 약함
주요 분야 플랜트, 발전, 해외 인프라 국내 공장, 사옥, 물류센터
리스크 배분 계약자에게 집중 발주자·계약자 분담

 

발주자가 확인해야 할 체크리스트

□ 계약 범위에 자재 조달까지 포함되는지
□ 성능보증 조건과 기준이 명확한지
□ 가격 방식이 총액 확정인지 실비정산인지
□ 설계변경 발생 시 절차와 비용 산정 기준이 있는지
□ 지체상금·하자담보책임 범위가 계약서에 구체적인지
□ 계약서상 명칭과 실제 책임 범위 조항이 일치하는지

 

실무자가 보는 포인트

제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느낀 점은, 발주자가 EPC와 Design-Build의 차이를 정확히 모른 채로 견적을 요청하면 시공사마다 완전히 다른 전제로 금액을 산정해서 비교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거예요. 어떤 시공사는 자재 조달 리스크까지 포함한 EPC 기준으로 금액을 제시하고, 다른 시공사는 설계·시공만 포함한 Design-Build 기준으로 낮은 금액을 제시하면, 겉보기 견적 비교는 의미가 없어집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국내 공장·사옥 프로젝트에서는 Design-Build라는 용어를 쓰면서도 실제로는 설계 따로, 시공 따로 계약하는 관행이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이름만 설계시공일괄방식이고 실제 계약서상 책임 범위는 분리돼 있는 경우인데, 이런 경우 설계 오류로 인한 문제가 생기면 설계사와 시공사가 서로 책임을 미루는 상황이 발생하기 쉬워요.

 

실제로 현장에서 보면, EPC 계약에서 발주자가 착공 이후에 설계를 바꾸고 싶어 하는 경우 클레임 규모가 국내 일반 건축 계약보다 훨씬 커지는 걸 자주 봅니다. 건설사 입장에서 보면, Design-Build 방식은 EPC보다 유연하지만 그만큼 책임소재가 모호해지기 쉬운 구조예요. 발주자 입장에서는 EPC를 선택하면 초기 예산 확정성이 높아지는 대신 유연성을 잃고, Design-Build를 선택하면 유연성은 얻지만 책임 범위를 계약서로 더 세밀하게 정리해야 하는 트레이드오프가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방식을 고르는 것이 중요해요.


 

정리하면, EPC와 Design-Build는 설계와 시공을 한 회사가 맡는다는 큰 틀은 같지만, 자재 조달 책임 포함 여부와 가격 확정 방식, 리스크를 지는 주체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EPC는 자재 조달까지 포함한 턴키 성능보증 방식으로 리스크가 계약자에게 집중되고, Design-Build는 상대적으로 유연하지만 발주자와 계약자가 리스크를 나눠 지는 구조예요. 프로젝트 성격과 예산 확정성, 설계 변경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서 EPC와 Design-Build 중 어떤 방식이 우리 프로젝트에 맞는지 계약 초기에 판단하시길 권해드립니다.

 

FAQ

Q1. EPC와 Design-Build 중 어떤 방식이 무조건 더 좋은가요?
어느 한쪽이 무조건 유리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EPC는 예산 확정성과 성능보증이 강한 대신 설계 변경 유연성이 낮고, Design-Build는 유연성이 높은 대신 리스크 일부를 발주자가 나눠 져야 합니다. 프로젝트 규모, 기술 난이도, 해외·국내 여부에 따라 적합한 방식이 달라지므로 프로젝트 성격을 먼저 정리한 뒤 방식을 선택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Q2. 국내 공장 프로젝트도 EPC로 계약할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최근에는 국내 대형 공장이나 산업단지 프로젝트에서도 발주자가 EPC 방식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요. 다만 국내에서는 EPC라는 명칭을 쓰더라도 실제 계약 조건이 해외 플랜트 EPC만큼 엄격한 턴키 성능보증을 포함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서, 계약서상 실제 책임 범위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Q3. Design-Build 계약에서 설계 오류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지나요?
원칙적으로는 설계와 시공을 함께 맡은 계약자가 책임집니다. 하지만 계약서상 명칭만 Design-Build이고 실제로는 설계사와 시공사가 별도 계약으로 분리돼 있는 경우, 설계 오류에 대한 책임 소재가 모호해질 수 있어요. 계약 체결 전 설계·시공 책임이 실제로 일원화돼 있는지 조항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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